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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New Discourse 대상작가: 김태은 개인전‘서울 메들리’ 
 

일시: 2011.11.2-11.15
장소: 사이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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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소와 두 개의 시각 프레임에 대한 조형언어적 관계에 대하여 
‘서울메들리’라는 명제 아래 진행되는 작가 김태은의 이번 전시는 시간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프로젝트 작업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몇 개의 장소를 보여주는 영상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이미 영화로 상영되었던 영상들인데 세종문화회관이나 청담동의 한 카페와 같이 서울의 특정한 장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전시에서 작가는 이러한 영화의 몇몇 장면과 함께 여기서 나오는 장소들에 대하여 영화적 공간이 아닌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일상의 공간으로 다시 한번 촬영하여 두 가지 영상을 동시에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재생시킨다. 이렇게 동시에 재생되기에 영화 속의 장소들은 시간이 흘러 일부 건물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도 일부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장소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작가는 영화 속 장면의 특정 장소들에 대해 영화의 영상과 함께 일상적 모습을 영상화하여 동시에 비교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작가는 영화에서 다루는 장소라는 것은 일종의 픽션과 같은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역사적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의 경우에도 그 영화가 촬영되는 장소는 세트로 제작되어서 실제의 역사적 장소가 아닌 경우가 흔하고, 혹 역사적 장소인 현지에서 촬영된다 할 지라도 영화적 상상력과 편집기술에 의해 변조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기에 그 차이 혹은 왜곡에 대해 작가는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지점에서 특정한 장소를 보여주는 영화적 프레임과 매체가 지니는 특이성에 대해 점검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 이는 영화라는 매체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영상미디어적 방식으로 사유를 하는 현대인의 사유방식, 인식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현대인의 인식의 토대에 대한 질문일 수 있고 인간의 주체적 존재의 좌표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 일견 견고한 토대로 보이는 시각적 인식의 기반들은 어쩌면 영화와 같이 매체적 프레임의 한계에 가둬진 것이거나, 그 매체를 다루는 타자의 시각방식을 기반으로 한 편집술에 의해 조작되기 쉬운, 그러한 한계를 가진 것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작가 역시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짧은 컷(cut)들을 편집하는 방식보다는 자주 롱샷(long shot)에 의해 촬영된 장면을 보여주거나 영상을 재생시키는 장치에서 영화적 장소와 일상적 장소의 배경 사운드를 서로 교차하여 연결하는 등 기존의 영화적 장치에서의 가공되고 덧칠 해진 요소들을 삭제하는 태도를 작업과정에서 보여준다. 그것은 영상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개입되거나 고착된 영역에 대한 탈신화화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이때 주입된 의미들을 박탈시키는 작업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영화를 볼 때의 발생하는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일종의 착시 현상처럼 삶에서의 시각적 관성에 의해 망각하게 되는 일상의 습관적 요소를 제거하거나 선입견적 시각의 개입에 의해 왜곡되기 쉬운 인식 구조와 그 매커니즘을 일시적으로 붕괴시키고자 하는 조형적 전략일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장소에 대한 두 개의 영상적 시점을 충돌시키는 그의 작업은 하나의 장소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각 프레임에 의해 두 개의 채널 라인을 이루어 이것들이 이미지적으로 겹쳐지면서 입체적으로 사유하게 되는 경험을 촉발시키도록 만든다. 이것은 단면적 사유를 넘어선 중층화된 다른 사유의 가능성에 대한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보여지기에 평가 할만 한 시도로 판단된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작가 김태은에게 있어서 그가 시도해온 여러 가지 작업들을 보면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넘나들기에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작가가 어떤 구체적 물질이나 생각을 단순히 보여주고 전달하고자 함이 아니라 사유를 하는 다른 시선방식과 조형적 구조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어떤 지시적 내용 보다는 다양한 문제 제기와 질문을 시도하는 그의 작업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영화 속의 장면들에 드러난 ‘장소성’이라는 주제가 갖는 함의를 배우들이 사라진 후 그 장소 자체의 일상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상매체 자체가 던져주고 있었던 신호들과 관련하여 그 기반에 가려져 있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끌어내어 다시 영상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확장된 사유를 이야기 하되 완곡 어법으로 느슨하게 질문 형식의 모양새를 취하였다.
배우라는 대상으로 채워진 영상공간과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비워진 영상공간의 이중적 레이어에 의해 오버랩된 조형구조 속에서 이들이 서로 부딪히도록 하여 허구적일 수 밖에 없는 영상 이미지에 대하여 이를 배태하고 있는 왜곡과 조작의 결과물이라 할 일루젼을 드러내는 방식은 마치 열린 결말로 서사를 열어주는 영화에서의 태도처럼 다른 사유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결국 작가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대화를 기법을 사용하여 영화라는 구조 자체의 언어적 문제를 조형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도 자신의 시각방식을 설명하기 보다는 같은 장소에 대한 다른 시각에 대해 차이를 극대화하는 영상적 장치를 이용하여 이를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으로 질문하기 혹은 말걸기를 시도함으로써 영상매체 자체의 시각과 인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다시 영상언어로 점검하는 의미 있는 조형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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